컵에 티백 하나를 넣어 뜨거운 물을 내리 붓는다.
처음의 차 맛은 꽤 좋았다.
향과 기분도 모두 좋았다.
티백 하나가 있는 컵에 손이 데일만한
뜨거운 물을 한번 더 부어 차를 마신다.
두 번째는 처음만 하지 못하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.
향과 기분도 마찬가지다.
티백 하나가 있는 컵에 마지막 욕심으로 한번 더 우려보기로 했다.
아쉽게도 물은 뜨겁지 못했다.
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.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.
향은 전부 공중으로 날라가 흩어져버린지 오래였고
기분 또한 마찬가지
다 마시지 못한 차와 그의 희생을 가볍게 지켜 본 컵은 싱크대 모서리 한 켠으로 놓아졌다.
쓸쓸한 티백은 자기의 할 일을 모두 다했다는 듯이 쓰레기통으로 쳐박혀
축축한 몸이 바싹 말라 건조해지기만을 기다린다.
기막힌 마음
한 겨울중의 오늘 밤, 잠자리에 누워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곧장 잠으로 갈 것이다.